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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법원

갈길이 먼 모욕죄. 남용과 오용

by 김도덕 2015.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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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검찰의 '모욕죄 기소요건 재검토' 예고

 

 

 

 최근 검찰이 모욕죄 고소 남발을 막기 위해 기소 여부에 대한 처리 기준을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의 모욕죄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밝혔으며 본래의 취지를 벗어난

고소가 남발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모욕죄는 현재 형사, 민사 소송이 모두 가능하며 형사 소송의 경우 합의를 하지 않을 시 전과

기록[각주:1]이 남는다. 때문에 전과를 남기지 않기 위해 합의를 하게 되는데, 피고의 절박함을 이용해

요구하는 합의금도 점점 증가[각주:2]하는 추세이다.

 

 모욕죄와 관련해 구성요건과, 구성요건의 심화, 과도한 구성 요건의 범위 등을

포스팅해 두었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ㅣ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모욕죄 

 

 

 

 

 

 

 

 최근 유명한(?) 일반인(?) A씨에 의해 천백여명이 모욕죄로 고소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객관적 사실로 볼 때 네티즌들은 A씨에게 약한 수위부터 강한 수위까지 욕설과 폭언을 인터넷에 남겼고

간단한 의견을 남긴 사람도 있었다. 이로 인해 A씨가 심리적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는 있다.

 

 

 

 

 

 

 폭언과 욕설의 악플은 결코 지양되어야하고 악플러들이 본인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함에 이의는 없다.

다만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 사건의 경우 A씨는 과거 행적과 태도는 그렇게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았고,

사회의 일반적인 상식적 판단으로 볼 때 당당하게 천백여명을 고소할 입장이 아닌 것은 명백하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데에 원인이

 

1) 손쉬운 모욕죄의 구성요건

2) 목적과 수단의 전도

3) 변호사의 일거리 확보

 

정도로 간단히 생각할 수 있다.

 

 

1. 손쉬운 모욕죄의 구성요건

 

 앞의 포스팅에서 볼 수 있듯 현재의 모욕죄의 구성요건은 너무 손쉽다. 과거에서 현재까지도

진행중인 악플로 인한 사회문제와 사회이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요구들이 지금의 모욕죄를

만들었다. 당시의 문제를 당장 해결하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구멍을 넓히다보니 이게 쌓이고

쌓여서 현재의 상황에 이르렀다.

 

다시 복습해보면 모욕죄의 중요한 쟁점은 '공연성'과 '특정성'이다.

'공연성'은 3인 이상의 접근[각주:3]이 가능한 공간만 충족되면된다.

특정성은 이름과 전화번호, 사는 지역과 같이 모욕을 당한 사람이 누구인지 예측할 수 있다는

가능성[각주:4]이 있는 것만으로 특정성이 인정된다. 웹이 아닌 일시적인 공간인 게임상[각주:5]에서도

특정성은 인정되었고 일부의 경우 모자이크된 사진도 특정성이 인정되기에 이르렀다.

 

 

 

 

 

 

 당장에 예를들어 보자.

이 블로그에는 나의 이름과 사진, 사는 지역, E-mail 등의 개인 정보가 공개되어있다.

한 두 줄의 개인 정보 공개로 손쉽게 공연성과 특정성이 확보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어떤 댓글을 달았다면 댓글의 내용이 어떤 것이든 마음만 먹으면

꼬투리를 잡아서 나는 충분히 상대방을 고소 할 수 있다.

여기서 구별해야 할 것은 '고소를 할 수 있다'는 것과 그 다음의 '기소여부', '소송에서 승소'이다.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구성요건을 쉽게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심코 남긴 가벼운 댓글 의견 한줄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범죄자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작금의 모욕죄의 현실이다.

 

다시 예를 들어보자.

'병X, 개X끼' 뭐 이런 원색적인 댓글일 필요도 없다. 현재 모욕죄에서 '병X' 급의 욕이면

100% 모욕죄 성립이고 간단한 '바보' 정도의 욕이나 욕 없이 가볍게 비꼬는 정도[각주:6]도 

충분히 상대방이 모욕감을 느꼈다고 주장하고 진단서로 입증하면 법원과 판사는 납득한다.

댓글로 '바보ㅋ'라고 한마디 적었다고 당신은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2. 목적과 수단의 전도

 

'벌금과 전과'라는 수단으로 지키려는 '법익'이라는 목적이 전도되어 수단이 목적이 되었다.

따라서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명예라는 명분으로 천백여명을 고소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몇년간 급증하였고 비단 A씨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또한 여기서 다시 구별해야 할 것은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정도가 심한 악플러만을 대상으로

자신의 정당한 권리와 명예의 보호를 위해 법을 사용하는 사람 역시 제외해야 할 것이다.

 

 

3. 변호사의 일거리 확보

 

 

 

 

 

 

 

 

 2번과 약간 이어지고 전체 내용과는 조금 번외지만 로스쿨의 어두운면이다. 로스쿨로 법조인이 양산되며

'소송의 나라'[각주:7] 미국의 풍토를 따라갈 것이다. 로스쿨의 취지는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법적 접근성을

추구하는 것이었지만, 실상 저렴하면서 양질의 법적 서비스를 대중에게 제공하며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리갈 마인드가 함양된 변호사가 많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앞으로 점점 이런류의 소송만을 도맡아하는 생계형 변호사들이 많아질 것이다. A씨의 사례를 볼 때

A씨에게는 비교적 좋은 제안[각주:8]이지만 협박에 가까운 합의를 제안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닥 유쾌한 일이 아닐 것이다.

 또한 의미있는 권리와 의무에 대한 소송이 아닌, 틈과 구석을 찾아 비틀고 이익을 쟁취하는 이런류의

법과 소송이 일상화되고 팽배한 사회는 매우 피곤하기 그지 없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ㅣ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

 

 

 

 검찰이 기소기준을 재검토를 한다고 했지만 역시 마땅한 대안이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모욕에 대해 피해자가 느끼는 정도는 개별적, 추상적이고 정신적인 피해는 주장하는바에 비해 

객관적인 입증 또한 힘들어 잣대가 되는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제시하기도 힘들고,

그 기준을 대중에게 납득시키기도 힘들다.

 

 

 

 

 

 

 양극화가 팽배해 있다. 무분별한 악성 댓글을 처벌하려다 보니 이제는 간단한 댓글 의견도 달기

망설여진다. 간단하게 범죄자가 되고 처벌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현명한 대안과

시민의식의 증대로 건강한 문화와 법적 시스템이 확립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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